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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명 예술가 한자리 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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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18-04-09 21:32 조회3,804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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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명 예술가 한자리 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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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계 예술가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네트워킹 파티’로 명명된 페차쿠차는 각계각층의 아티스트들이 한자리에 모여 공통된 주제의 작품을 발표하는 문화 이벤트다. 7회째를 맞이한 지난 2월 27일 페차쿠차는 각자의 팬터지로 표류하는 지리멸렬한 현실 속에서 소통의 장이 한정됐던 그들의 ‘발표의 장’이다. 팬터지의 알을 깨고 나온 그들은 경계를 허물고 공통 경계(Conterminal) 구역을 만들어 소통하는 것이다. 페차쿠차의 소통 방식은 간단하면서도 독특하다. 12명의 예술가가 20-20원칙(20가지 이미지를 20초 동안 발표하는 것으로, 1인당 6분 40초가 주어진다)에 따라 자신의 작업을 빔 프로젝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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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젝트에 투영해 간접적으로 자신의 세계를 대중에게 알리는 방식을 취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방식은 실제 프리젠테이션 기법 중 하나로 ‘페차쿠차 프리젠테이션’이라는 대명사를 사용하기도 한다. 한국 리더십센터의 양정훈씨는 “6분 40초라는 시간은 장점과 단점을 동시에 갖고 있는 방식”이라면서 “프리젠터의 역량에 따라 짧은 시간 동안 핵심적으로 전달이 가능해 강한 인상을 남길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너무 개성이 뚜렷해 도저히 뭉치기 힘들 것만 같았던 예술가들이 어떻게 한자리에 모이기 시작했을까. 바로 *어반파자마 덕분이다. 페차쿠차 서울의 시작은 지난해 4월 18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보미 「비토(VETO by leebomi)」 디자이너와 하태석 아이아크 건축가를 주축으로 잉태된 비영리 단체 ‘어반파자마’가 페차쿠차 서울을 이끌면서 현재까지 왔다. 이보미 디자이너는 “다양한 디자이너가 즐겁게 만나는 네트워킹의 장을 만들고 싶었다”라고 페차쿠차의 존재 의미를 간략하게 압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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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럽 PT, 편하게 술도 마시고 춤도 춰
페차쿠차는 젊고 신선하다. 페차쿠차는 7차례 내내 클럽에서 열렸다. 클럽에서 페차쿠차를 여는 이유는 간단하다. 프리젠테이션이라는 것이 조금 딱딱해 보이는 까닭에 예술가와 대중이 거리낌 없이 교류할 수 있는 마음에서 선택한 곳이 클럽이다. 여기에 또 하나의 이유가 덧붙여졌다. 행사가 끝나면 술도 마시고 춤도 춰야 하는데 극장에서는 술을 마시지 못하게 하기 때문이라는 웃지 못할 이유다.
페차쿠차에는 무언의 4가지 질감이 존재한다. 규칙(Rule) 창조성(Creatitvity) 놀이(Play) 공감(Sympathy)이다. 20개 이미지를 20초 동안 발표하는 것은 쉬우면서도 어려운 규칙이었다. 누구에게나 똑같은 시간이 주어졌지만 시간 활용의 몫은 각자 역량에 따른 것이어서 ‘민주주의’다운 발상인 셈이다. 빔 프로젝트를 통해 비춰진 작가 이미지는 20초가 지나면 또 다른 이미지로 바뀌었다.
20초를 못 채운 작가의 짧은 설명에 따른 침묵에는 어색한 정적이 흘렀으며, 넘치는 설명으로 아슬아슬하게 프리젠테이션을 진행한 작가도 있었다. 조형 예술가 함진 작가는 발표 시작부터 쑥스러움을 내비쳤다. 대부분 이미지의 20초를 다 쓰지 못하고 결국 “제 작품은 작품이 더 말을 잘해요. 그러니 질문 받을게요”라는 말로 이미지들을 이어갔다. 이와는 반대로 김광수 건축가는 눈에 띄는 빨간 바지를 입고 등장해서 범상치 않은 프리젠테이션으로 20개 이미지가 다 끝나고 나서도 마이크를 놓지 않는 해프닝을 벌이기도 했다. 쉽지 않은 규칙 속에서 작가들은 자기만의 세계를 더 잘 전달하고자 안간힘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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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견’을 통한 작가들의 창조적 발상
예술가의 유전자를 형성하고 있는 가장 큰 축은 창조적인 발상일 것이다. 페차쿠차에서 장르 구별 없이 각자의 창조성을 넘나들며 아집에서 벗어나 교집합을 만들어가고 있었다. 그 중 재미있는 발견을 한 김보민 작가는 상자라는 오브제를 통해 ‘상자는 꿈이다’라는 명제를 제안했다. 상자 안에 또 다른 창작물을 넣거나 상자를 조합해 하나의 조형물을 완성 또는 상자를 해체하는 등 다양한 방법에 착안해 결과물을 영상으로 보여 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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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승완 「스위트리벤지」 패션 디자이너는 ‘스위트’와 ‘리벤지’라는 이질적 단어에서 오는 조합을 설명하며 브랜드의 탄생 과정부터 현재까지 자신의 작품 세계를 슬라이드로 소개했다. 과거와 현재라는 시간의 추이, 서울역사를 비롯한 다양한 공간에서 쇼를 시도한 공간 일탈 등 그의 ‘발견’에서는 현재 패러다임이 가고 있는 길에 엇박자를 넣음으로써 도출할 수 있었던 「스위트리벤지」에 희열의 결정체였음을 엿볼 수 있었다.
즐겁게 만나는 네트워킹의 장은 시간이 무르익을수록 ‘놀이판’으로 변신했다. 새로운 만남과 호기심이란 개인적 욕구에서 출발한 예술가들의 자리는 어느새 ‘사회적 유희’를 만들어내고 있었다. 다양한 관객들은 관객을 웃게 하고 탄성을 자아내게 하고 경악케 했다. 작가의 개인적 유희에서 시작한 작품은 예술이라는 난해한 언어의 바벨탑을 무너뜨리고 어느새 관객과 호흡할 수 있는 공통의 언어로 표현되고 있었다.
특히 관객을 경악케 한 인상적인 작가가 있었다. 이상우 비디오 아트 작가는 동남아에서 단편 영화를 제작했지만 국내에 상영 금지, 삭제 장면 등으로 심의에서 애를 먹었다고 말했다. 그는 당시 영화 필름의 조각을 프레임에 담아 선보였다. 그는 힘들었지만 즐거운 작업이었다면서 퍼포먼스는 계속 될 것이라는 말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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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감정을 느끼고 호흡할 수 있어
숲을 좋아한다는 박형근 사진 작가는 숲에서 끄집어낸 자연, 자연으로부터 오는 것, 자연과 자신의 소통을 철학적으로 설명했다. 작가의 심연에 있는 철학 깊숙이 파고들지 않더라도 푸른 숲에 덩그러니 서 있는 인간의 뒷모습을 보며 자연의 안식에 공감했다. 송준호 작가는 3년 안엔 예술가 이름으로 인공위성 프로젝트를 쏘아올리겠다며 소리쳐 관객들의 웃음을 자아내고 이를 통해 공감대를 형성했다.
페차쿠차 참가자들은 자유로운 방식으로 서로의 희로애락을 공감하며 박수를 쳤으며, 술을 마시고 춤을 췄다. 전시회나 갤러리를 방문하는 관객은 한정돼 있다. 그러나 페차쿠차를 보러 오는 관객은 ‘예술’에 대한 난해함과 거부감도 없이 ‘재미’를 찾아서 온다. 작가끼리의 모임과 연대를 넘어 관객까지 흡수하고 그들을 이해시킬 수 있는 코드도 페차쿠차가 갖는 본질 중 하나일 것이다. ‘나’라는 작가 개인과 공통 경계에 함께 선 작가, 관객의 이 세 가지 벤다이어그램을 지속적으로 만들어 갈 페차쿠차 서울은 또다시 역량 있는 작가를 찾고 있다. 또한 이곳을 찾는 관객들은 여덟 번째 페차쿠차를 기다리고 있다.